부산 먹방의 끝을 보는 여행!
*이 것은 부산여행기를 빙자한 먹방투어(라 쓰고 알콜투어라 읽는다)의 실태보고서 임을 서두에 밝혀 두는 바입니다.
십오년지기 친구들과 처음으로 여행이라는 걸 가보기로 했습니다.
서로 있는 곳도 전공도 직장, 직업도 달라 1대 1로 밖에 볼 수 없었던 그녀들이 추석 때 모두 모여 회포를 풀고나니
또 보고 싶은 마음에 안달이 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 번 추진해 보았습니다. 부산 먹방투어!
우선 저는 제가 있는 지역인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동했습니다.
울산->부산 구간은 노포 터미널 또는 동래터미널 밖에 없더군요. 친구들과는 사상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노포에서 하차 후 부산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부산은 지하철 1일 무제한 티켓도 있고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 쓰는 교통카드 및 신용카드 교통카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여행하기 참 좋은 도시입니다. 웬만한 여행지가 다 지하철로 연결되기도 하구요.
지하철을 이용해 환승까지 해 가며 사상으로 도착하여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남포역으로 향했습니다.
부산에 온 건 거의 5번 정도 되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국제시장과 PIFF거리는 확실히 남포역보다 자갈치 역이 가까운 것 같아요.
우선 무거운 짐은 남포역 짐보관함에 맡겨놓고 바로 부산족발로 향했습니다.
남포동 호떡길에서 왼쪽으로 쭈욱 가셔서 도로를 하나 건너 다시 윗블럭으로 들어가면 바로 족발골목이 즐비하게 나타납니다.
이건 들어가기 전에 사진 찍는 걸 까먹어 나중에 지나가면서 찍은 간판의 모습이네요. 이때는 어둑!
저희는 이번 부산여행의 컨셉을 확실하게 먹방으로 잡았기 때문에 첫 코스인 냉채족발에서 욕심내지 않습니다.
평소라면 둘이가서 소자를 시켜도 조금 아쉽지만 이번엔 셋이서 소자를 시킵니다. 그리고 맥주 일병도 곁들여요.
밑반찬류는 지난 5월에 왔을 때와 차이가 없네요.
미역냉국은 제 입에 너무 시고 달아서 별로였고 무국은 괜찮았는데 친구들은 반대로 무국이 후추맛이 너무 많이 나고 간이 쎄서 별로라고 하더군요.
여튼 중요한 건 냉채족발이니까요.
냉채족발이 나왔습니다.
양은 언제나 늘 적어요. 그래도 맛은 있습니다. 한양족발이 더 자극적인 맛이라고 하던데 나중엔 다른 족발집도 가보고 싶어요.
이번에 갔을 때는 사람이 많아서 주문하기도 너무 힘들었고 아줌마들 불친절이 아주 그냥 최고치를 찍었거든요.
친구들은 냉채족발을 처음먹어보는 거였는데 짭조름하면서도 톡소는 겨자맛에 반해서 술과 곁들여 맛있게 먹더라구요.
저는 넓적한 족발보다 해파리랑 오이, 국물 위주로 먹었어요.
여튼 핸드폰 충전도 깨알같이 하면서 맛있게 먹고 2차로 유부보따리를 먹으로 바로 위의 깡통시장으로 향합니다.
부산에 올때마다 제가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인데 1인분 3,800원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더군요.
어묵도 끊어야 할 판에 비싼 가격 ㅠㅠ 아마 다음 부산 방문 때는 일정에서 빠지게 될 것 같아요.
한 그릇만 시켜서 맛을 봅니다.
친구들은 아까 무국과 같은 평가를 내려요. 후추맛이 너무 강해서 유부맛도 버섯맛도 안느껴진다고.
그래서 제가 다 먹었어요. 후루루룩!
그리고 깡통시장을 둘러보며 귀여운 수저셋트도 사고 부모님께 드릴 동전파스도 사고 구경하다
이번엔 친구들이 먼저 이걸 먹자고 합니다. 바로 새알대신 인절미를 넣어준다는 부산의 팥죽!
통 팥이 들어가있어 새알대신 씹는 맛을 대신해 주더라구요.
너무 달지도 않게 잘 먹었어요. 팥죽을 시키니 식혜를 한 컵 주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원한 식혜로 목도 축이고
이제 국제시장에서 보세가게를 한 번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냅니다.
국제시장과 보수동 골목을 한 두시간 돌아다니다 다시 깡통시장으로 돌아와 들른 곳은
이번에 꼭 가리라 벼르고 별렀던 '거인통닭' 이예요.
부산분들이 더 추천하고 더 줄서계시던 거인통닭!
길 찾기가 어렵다면 시장 상인분들께 여쭤보시면 다 알아요~ 저는 그냥 깡통시장 마지막 골목으로 들어가 쭉 직진했습니다.
우선 재빨리 대기명단에 이름과 핸드폰 뒷자리를 적어놓고 기다리기로 해요.
장사 참 잘되는 집이더군요. 저희 앞팀은 11팀, 포장대기시간은 3시간 20분이었어요.
느닷없는 치과 홍보가 문에 붙어있어 친구들이랑 기다리면서 저게 아들일거다 사위일거다 수다를 떨었었는데 역시나 큰아드님 치과라며
아저씨 부끄러우면서도 자랑스런 미소를 지어보이시더라구요.
인상도 너무 좋고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깨알같이 웃음포인트 선사해 주셨던 거인통닭 사장님!ㅎㅎ
중간에 친구분이 오셨는데 긴 줄을 보고 깜짝 놀라시면서 '사람이 이래 많나? 나 못들어가나?' 하고 물으시니까 주인아저씨 쿨하게
'기다리야 된다'시며 뒤로 보내셨어요.ㅎㅎㅎㅎㅎ
닭튀기는 것도 구경하고 그 냄새로 재료도 추리해보고 친구들과 있으니 기다리는 30분도 금방이더라구요.
반반을 시키려고 했는데 친구들의 '여긴 후라이드가 진리인 것 같다'는 의견에 따라 후라이드 한마리로 주문했어요.
주문하고 10분 정도 후에 닭이 나왔는데 양이 엄청났어요. 교촌치킨 2마리 분량?
벽면에 많이 드리기 위해 큰 닭을 쓴다라고 적혀있었는데 작게 잘라서 그런지 큰 닭이라고 해도 별다르게 질기다는 느낌도 없고
튀김옷도 어찌나 바삭하고 고소한지 살코기보다 반죽이 더 많이 붙은 부분만 골라 먹었어요.
뭐랄까 은은한 카레맛과 마늘향도 나면서 느끼하지 않고... 아 글을 쓰면서도 침이 고이네요.
단연코 그 동안 방문한 부산의 먹거리 중 대구탕 이 후로 최고라고 말 할 수 있어요.
저희는 양념은 안시켰지만 양념소스도 칼칼한 맛이 나면서 계속 당기는 맛이더라구요. 혹자의 후기에 따르면 이 곳의 양념을 한 번 맛보고
양념치킨의 진수를 알게되었다는 글도....나중에야 보게되었지요.
양이 얼마나 많은지 도저히 한 마리를 다 먹기는 힘들고 포장을 하기로 했는데 포장은 셀프라고 하네요.
포장하실 분들은 현장에서 주문하면 오래걸리니 주문해놓고 가세요 :)
추천 백표 날려드릴께요!
친구들 모두 만족한 거인통닭을 빠져나와 모두 배가 불렀지만 씨앗호떡을 한 번도 안먹어 보았던 친구A씨의 호기심으로 호떡골목으로 갑니다.
승기네랑 원조는 줄이 너무 길어서 씨앗호떡 맛 다 거기서 거기다~고 호기롭게 말하면서 무한도전 호떡집으로 줄을 섰어요.
몽글몽글한 반죽을 떼어 만들고 계시는 모습과 고소하고 살 대박찌는 마가린에 튀겨지는 호떡의 자태가 보이네요.
다른 호떡집들과 달리 이 곳은 해바라기 씨 한 가지만 소로 이용하는 것 같더라구요.
일단 친구들을 위해 소를 많이 달라고 이모님께 재차 강조드렸더니 싫어요~ 싫어요~ 하시면서 무려 3스푼 반을 넣어주시더라구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소리를 하며 받아 나왔어요.
소가 꽉 차있네요. 그래도 이 기회에 저는 알고야 말았어요. 모든 호떡집의 맛이 같지는 않더라구요.
일단 반죽이 많이 짰고 제가 소를 욕심낸 탓에 설탕맛이 전혀 나지 않고 거의 90%해바라기 씨 맛만 나는 호떡이었어요.
저는 아쉬웠으나 처음 호떡을 먹고 싶어했던 친구든 느끼하지 않고 설탕맛보다 견과류 맛이 더 많이나서 만족스러웠다더군요.
이래서 맛집 블로거 말들도 다 믿을 수 없고 '맛있다'는 말은 절대적인 게 될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맛은 절대적으로 Case by case, 입맛by 입맛!
주린 배가 아니라 부른 배를 부여않고 해운대로 이동했습니다. 미리 예약해둔 모텔이예요.
있을 건 다 있었는데 1인용 침대가 심하게 간이 침대 느낌이 나서 조금은 불편했고 욕실 물 수압조절이 좀 아쉬웠어요.
물이 세게 나왔다 약하게 나왔다를 반복! 일단 짐을 풀고 핸드폰도 충전하고 잠시 쉬었다 다시 해운대의 밤바다를 보러 밖으로 나옵니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거의 이백장을 찍고;; 실컷 깔깔거리며 에너지 소모를 한 후에 다시 달려봅니다.
해운대에서의 1차는 포장마차촌에서의 멍게였는데 가격에 당황해 사진도 없고 그냥 멍게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을 먹고 나오느라 없었고
(해운대 포차촌 너무 비싸요ㅠㅠ 그냥 택시타고 민락가서 회떠올 걸 하는 후회를 몇번을 했는지 몰라요.)
2차는 너무 뻔한 그냥 호프집 분위기라 생략!
해운대에서 무려 3차에 달하는 돼지국밥집이예요.
마찬가지로 돼지국밥을 먹어본 적 있는 저랑 다른 친구B는 이 곳의 국물이 너무 가벼운 맛이라 별로라고 했는데
처음먹어본 A는 입맛에 딱 맞는다고 하더군요.
부담스럽지 않다고.
여튼 수육백반과 돼지국밥을 하나씩 시켜 속도 풀고 술안주도 삼습니다.
친구들과 길고 긴 회포를 풀고 다음날이 밝아서 해장을 하러 가까운 해운대 신대구탕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맛있게 하는 곳은 달맞이 고개 초입에 있는 한옥집이었는데 상호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네요.
한 번 지인이 데리고 갔었었는데 엄청 인상깊게 먹고 해운대를 갈 때마다 그 곳 생각이 늘 나는데 정작 다음날 아침이면 가까운 곳에서
적당한 선으로 마무리 하게 되네요.
그래도 해운대 신대구탕도 나쁘지 않은 맛이예요. 이젠 방사능 때문에 멀리해야만 하지만 ㅠㅠ
깔끔한 맛에 숙취해소로는 그만이예요. 저는 미나리 많이! 국물만 들이켰어요.
그리고 걸어서 마린시티에 있는 옵스로 옵니다.
사실 부울경이라는 단어를 울산에 와서 실감하는게 옵스 베이커리며 위에 올린 해운대 신대구탕 등...모두 울산에도 지점으로 있는 곳들이거든요.
부울경내에서는 분점들이 활발한 것 같아요. 그래도 기왕 부산에 왔으니 옵스 안오면 섭섭하죠.
옵스 대표 메뉴 슈크림을 만드시는 아저씨.
친구A는 아버님 생신을 맞아서 케익을, 저는 버스커 버스커 콘서트 가기 전 요기거리를 위해 샌드위치를 사서 나왔어요.
물론 시식용 빵 잔뜩! 우물거리면서요 ^^
이렇게 엄청나게 먹어대고 깔깔거린 부산여행도 이제 친구들과 헤어질 시간.
저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대구로 향하는 기차를 선택했고 친구들은 각자 다른 시간대의 버스를 선택했어요.
그래서 해운대에서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고 저는 부산역으로 향했습니다.
부산 역 앞에서 독도는 우리땅 플래쉬몹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보고 있었는데 노래가 끝나니 아이들이 모두 가방이 있는 쪽으로 후다닥 뛰어오면서
'아 졸라 쪽팔려 ㅆㅂ' 이라는 말들을 ㅠ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이 아이들이 본인들이 이 날 한 것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단한 부산 먹방기는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