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배낭을 메다./여행기 # 내 나라

초가을 냄새 맡으며 사부작사부작 걷자 '조무락골'

일상여행자 2015. 1. 25. 03:13

 

지난해 다녀온 가평의 조무락골 포스팅.

 

 

3년여간 근무했었던 회사에서 맺은 인연인 채실장님, 조과장님.

 

다시 만난 9월, 어느 볕좋고 바람좋던 날 금요일 오후에 가평 드라이브를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사실 드라이브라기보단 과장님의 외가댁을 가보는 것이 더 포커스였다.

 

 

(워낙 외가댁 이야기를 많이 들어 호기심이 잔뜩 쌓여있었던 터였다.)

 

 

 

토요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던 시간보다 빨리 일어나 준비해

 

가평에 과장님 본가에 도착해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나니 11시쯔음.

 

 

짐을 내려놓고 바로 조무락골로 이동했다.

 

 

 

 

 

 

 

 

가평은 태어나 처음이었던 나.

 

청평 대성리는 언제 가볼런지. 왜 이렇게 어렸을 때 경기권 구경도 안했던 건지 모르겠다. 이래서 자차가 필요한건가.

 

 

어찌되었던 처음와보는 가평은 물도 맑고 서늘한 공기도 좋다. 매연에 늘 뻑뻑했던 눈도 촉촉해진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인지 더 좋다.

 

 

 

 

 

 

 

9월 12일. 단풍이 들 시기는 아니었지만 마른 낙엽이 바닥에 흐드러졌다.

 

 

 

 

 

이십 분쯤 산길을 올랐을까. 어느 물가 옆 너른 바위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빵이며 음료수며 주전부리 것들로 사온것들도 풀고 그래도 산이라 썰렁한 공기를 가시게 해줄 담요도 두르고 앉아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각자 가져온 책도 읽고, 난 카메라로 별 시덥잖은 사진도 툭툭 찍어보았다.

 

 

 

 

 

여기가 잣의 고장인가요?

 

 

 

 

 

 

책을 편지 10분이 지났을까... 과장님이 스르륵 누워 눈을 감으시고

 

또 조금 지나니 실장님도 기분좋은 숙면에 빠지신 것 같다.

 

 

다들 주무시니 나도 분위기에 못이기는 척 책을 덮고 누워 눈을 감아본다.

 

 

물 바람 새소리가 더욱 새롭다.

 

 

 

한참을 소리에 집중하다 막상 잠을 자려고 하니 계곡의 냉기에 잠이 오질 않는다.

 

 

걸어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티가 땀에 젖을 정도로 쨍쨍한 늦여름 날씨였는데 가만히 앉아 계곡의 서늘한 기운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썰렁한 기운을 느낀 건 나 뿐만이 아니었던 건지 두분도 잠시 후 일어나신다.

 

빵으로는 허기가 안가시기도 하고 느닷없던 썰렁함에 짧았던 산책길을 정리하고 가평읍내로 나가기로 했다.

 

 

 

 

 

조물조물 거릴 것들이 많아서 조무락골이 되었을까?

 

 

 

 

 

좀 더 이른 여름에 왔더라면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제대로 놀았을 걸하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리고 자차를 가지고 싶었던 뽐뿌도 제대로 받았던 하루였달까.

 

 

 

 

 

 

 

 

 

 

 

지천에 밤나무, 도토리나무, 잣나무가 있어서 였을까 만나기 힘들다는 토종 다람쥐의 배웅을 받으며,

 

사부작 밟히는 낙엽이 폭신했던 조무락길을 벗어났다.

 

 

 

 

그리고 가평읍내에서 맛있는 곳이라고 과장님이 손이끌고 가주신 송원막국수.

 

 

 

 

 

 

 

 

 

면요리 전문점답게 간소한 차림판.

 

과장님은 국수/냉면류 만큼은 MSG에 길들여진 내 입맛을 아시니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맛이 슴슴해 내 입맛엔 안맞을 것 같다는 걱정을 계속 하셨다.

 

 

 

 

무난했던 김치와 내공이 보이는 면수 주전자.

 

 

 

 

기호에 따라 면수를 추가할 수 있는데 나는 처음엔 그대로 비벼서 맛보다

 

절반쯤 남았을 때 자박할 정도만 부어서 먹었다.

 

 

첫맛은 "참기름 맛" 두번째 맛은 슴슴한 양념맛, 그리고 나니 툭툭 끊어지지만 구수한 면발과

 

나긋나긋한 양념이 입안에서 한꺼번에 어우러졌다.

 

 

두번째 가평 방문을 하더라도 다시 찾을 송원막국수와 조무락골.

 

덕분에 2014년의 가을이 참 정겹고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