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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행복여행, 선암사 템플스테이 (3편, 템플스테이 첫 날) 본문

바람 배낭을 메다./여행기 # 내 나라

나를 위한 행복여행, 선암사 템플스테이 (3편, 템플스테이 첫 날)

일상여행자 2013. 8. 16. 15:12

 

본격적인 템플스테이 참가.

종무소에서 참가신청서를 작성하고

 

일정표를 받아드니 끝.

 

체험복을 받기위해 상/하의 사이즈를 말씀드리고 잠시 기다리면

체험복을 가져다 주시면서 바로 방안내를 해주신다.

 

 

 

 

 

 

 

 

새벽 3시 기상.

3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드는 내가 과연?!

 

 

 

 

건물 위치를 외우기 위해 찍어놓은 선암사 배치도

 

 

 

 

 

종무소 앞에 붙어있던 GOODSTAY인증표.

템플스테이 하지않고 정말 말 그대로 숙박만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선암사를 둘러보고 혹은 송광사를 보고 조계산 등산 후 선암사로 도착해 숙박을 하고 이튿 날 시내로 나가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겠다 생각했다. 숙박비 4만원에 산사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니

번잡하고 추접한 러브호텔에서 머무는 것 보다 훨씬 운치있고 실속있지 않나 싶다.

 

 

 

 

 

 

 

 

이 곳이 내가 이틀 간 머물 숙소인 심검당.

 

ㅁ자 모양으로 건물이 둘러쌓인 턱에 마당도 독특하고 뭔가 더 안정감 있는 숙소의 정취가 느껴졌다.

빗기운을 머금은 작은 정원의 모습.

 

 

 

 

내가 머물 방은 2층 '지계'방

 

'지계'란 불교용어로 계율을 어기지 않고 잘 지킨다는 뜻이란다.

게으름 피우고 요령피우지 말고 2박 3일간 일정 잘 따라오라고 맞춤형 방 배정을 해 주신 것일까?

 

' 새벽예불은 못나가겠다. 포기해야지~' 싶었던 속내가 부끄러워진다.

 

 

 

 

깔끔한 방.

옷을 걸어둔 대나무 봉이 뭔가 옛시절의 숙소같은 독특한 멋을 풍긴다.

 

 

 

 

방안에는 쓰레받이와 빗자루도 구비되어 있고

 

 

 

 

전기장판과 선풍기 그리고 아주 작은 책상정도가 방안에 비치되어 있다.

 

 

 

 

이 솔향 풍기는 창을 열어보면

 

 

 

 

 

 

 

 

내 방에 창문에서 바로 보이는 범종각.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짐을 풀기 위해 돌아 온 책상머리 앞.

절에서 지켜야 할 기본 예절 및 선암사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시간을 확인 할 수 있는 시간표도 붙어있다.

이런 센스있는 절을 보았나!

 

 

 

 

 

절에 오는 마음이 무소유를 실천하는 마음이어야 하는 데

그렇지를 못하고 책이며 간식거리며

이렇게 잔뜩 들고왔다.

 

템플스테이 참여 선배들이 심심찮게 공양만으로는 배가 고프다라는 간증을 해주신 덕분에 간식까지 준비.

 

 

 

 

 

 

 

 

이렇게 작은 책상가득 짐을 펼쳐두고

이제는 환복을 할 차례!

 

 

 

 

 

이게 바로 선암사 템프스테이 체험복이다.

생각보다 편하다!

절에서 패셔너블할 필요는 없으니!  편한게 최고일 터.

 

옷을 갈아입고 이제는 2박 3일간 템플스테이를 담당해 주실 정명스님을 만나뵈러 대웅전앞으로 가야 할 시간.

 

 

 

 

내 방 앞에서 보는 심검당 마당

 

 

 

 

체험복의 화룡점정

흰색 고무신.

 

 

 

 

 

 

 

 

 

세면장쪽의 풍경.

빨래를 널 수 있게 빨래줄도 쳐져 있고

 

 

 

 

 

작은 개울가.

그렇지만 이 물로 세수나 양치는 하기가 힘들 것 같다.

무당개구리 열다섯여 마리가 물 위에서 동동 헤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숨은 무당개구리 찾기.

 

 

 

 

세면장 바로 옆의 은행나무.

 

 

 

 

세면장. 개울물을 끌어와서인지 새벽엔 머리가 쨍할만큼 차다.

 

 

 

 

 

 

 

세면장도 둘러보고 이젠 정말 스님을 만나뵈러 갈 시간.

 

첫 만남이니 잠시 카메라는 방에 두고서

야생차 자생지에서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절 생활에 대한 안내와

경내 예절, 절 방법, 합장 법, 출입문 예절 등에 관한 안내를 듣고

 

저녁 공양까지.

절 밥이라 고기도 없고 맛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정말!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구수하고 깔끔한 맛.

공양한 그룻과 국그릇 수저는 직접 설거지를 하고 닦아서 다시 반납해야 한다.

 

밥은 한 톨도 남겨서는 안된다.

생산활동을 하실 수 없는 스님들이 시주나 공양미로 받은 음식물들을 우리 또한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에서 아이들이 공양시간에 밥을 남기지 못해

낑낑거리던 모습들이 생각나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에겐 밥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산 교육의 시간이겠지 싶었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저녁 예불 시간이 되었다.

 

스님들이 목어와 범고 법종을 경건하고도 절도있게 울리신다.

마치 새해 첫 타종을 듣는 것 같이 맑은 정신이 든다.

 

 

 

 

 

 

 

 

 

 

 

 

 

 

 

 

 

 

 

 

 

 

 

저녁 예불 시간이 끝나고 이제 다과시간.

가장 기대했던 스님과의 차담시간이다.

 

왜 절에 오게 되었는가를 물으시고 답을하고

고민이 무엇인가를 질문하시고 답하고 꾸중을 들으며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어떻게 보면 10년 전 송광사에서 겪은 이 차담시간 때문에 나는 다시 절에 오고 싶었다.

그런데 선암사에서의 차담시간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여서였을까?

 

스님에게 질문하는 사람도 없었고 자유스럽다기보단

일방적인 이야기가 주가 되다 보니 조금은 지루하고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져 집중이 되질 않았다.

 

 

먼저, 스님은 내게 어디서 왔느냐 물으셨고

나는 쑥스러워하며 순천에서 왔다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스님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순천서 뭐하러 왔냐고 하셨다.

하나도 안반갑다고! 꾸중같은 농을 건네셨다.

 

 

 

 

출발 전 나는 속내를 이야기하고 말씀을 듣기를 희망했지만

다른 참가자들 열다섯여명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을뿐더러

 

아주 짧게 지금의 상황만을 말씀드렸는데, 스님께 예기치 않게 꾸중을 들었다.

 

다음 주 부터 회사에 나가서 재취업 전 생각할 시간을 갖으러 절에 왔다는 나의 말에

스님께서는 회사 별 거 없는데 예전 회사에 덕은 쌓았냐며 돈이나 편함만을 쫒아 그만 둔 것은 아닌지

왜 그만 두고'재 취업'을 하였는지에 대해 나무라셨다.

 

 

그렇지만 나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10에 9이 직장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었고

퇴직을 고민하고 있고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부덕하기 때문인가요? 스님?

 

 

 

 

 

 

사실 내가 이 곳에 온 계기는 그 다음주 부터 일을 하니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고

내가 조언 받고자 했던 부분은  

유학실패로 인한 나 자신의 힘듦보다 남들이 어찌 생각할까 때문에 숨어지냈던 지난 한달에 대한 부끄러움.

 

그러니까 남에게 보여지는 삶을 의식하며 살았던 모자람과 어리석음에 대한 말씀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고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쏙 빼놓은 채

뭔가 더 답답한 차담을 마치고 숙소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그렇지만 차는 참 구수하고 깔끔했다. 역시 선암사 야생차 명성다웠다.)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계곡 물 소리와 바람소리로 시원한 숙소에 배를 깔고 누워

조금 더 와닿는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며 첫 날 하루를 마감했다.

 

 

 

선암사 템플스테이 출발 1편 보기 [클릭]

 

선암사 템플스테이 산책 2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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