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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행복여행, 선암사 템플스테이 (5편, 마지막 날)

일상여행자 2013. 8. 16. 18:33

 

 

 

오늘은 마지막 날이다.

그래서인지 세차게 퍼붓는 빗소리 때문인지 새벽 일찍 눈이 떠진다.

 

굳이 불자가 아니라면 새벽예불은 참가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한 번은 맑은 공기로 산사를 가르는 목탁소리를 들으며 법문 외는 소리를 함께 내고 싶었다. 

 

 

새벽 예불이 끝나고

 

 

오늘은 참 많이 기다리고 기대했던 발우공양을 하는 날.

 

 

 

내 앞에 놓인 발우.

 

 

 

 

발우 공양을 위해 준비된 반찬, 국, 밥, 물 등

 

 

 

 

공양간 안의 풍경은 대략 이렇게.

 

 

 

 

발우를 해체한 모습. 먼저 발우를 해체하니 아귀이야기를 해주시는 스님.

 

(종교관이 맞지 않으신 불교문화에 예민하신 분들은 넘기셔도 됩니다.)

 

 

이승이 아닌 저승에 아귀가 사는데 이 아귀는 우리가 남긴 음식을 먹고 사는데

그 아귀는 입은 크지만, 음식을 삼킬 수 있는 목구멍이 너무 작아 쌀 한 톨도 넘길 수 없다고,

 

그래서 우리는 쌀 한 톨도 남김없이 음식을 먹어야 아귀를 목이 막히는 고통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음식을 너무 많이 남겨 아귀를 괴롭게 하면 우리가 죽어 아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과 함께^^

 

우화적인 얘기이지만 공양 밥과 이 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청숫물, 국과 밥, 반찬을 받는 발우공양 법을 알려주신 후

모든 공양을 받은 후 나의 발우.

 

  

 

 

소리 내지 않고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

특히나 발우공양의 경우에는 청수물로 마지막 발우 세척까지 한 후 그 물도 마셔야 하므로 정말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김없이 먹어야 마지막 청수물을 비위좋게 마셔낼 수 있다.

 

 

 

 

공양을 마치고 김칫물이 남아있는 반찬 발우는

 

국 발우에 청숫물을 담아 단무지로 세척?!한 후 밥 발우로 옮겨 같은 방법,

그리고 반찬 발우로 옮겨 같은 방법으로 세척 후 마셔야 한다! (각자) 

 

 

 

 

이 후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발우를 씻어낸 다음 수세미의 용도로 썼던 단무지도 쏙! 씹어 삼킨다.

단무지의 쓰임새가 중요하므로 식사 시작과 식사 후에 단무지를 절대 다 먹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던 스님.

 

 

 

 

 

비위가 약하신 분들에겐 다소 곤혹스러울 수도 있을 발우공양이지만

그 과정을 비위생적이라고만 매도 할 수는 없는 어떤 큰 의미가 느껴진다.

 

 

 

 

 

동봉되어 있던 수건으로 발우를 물기 없이 닦아낸 후

수저는 위로 올려서 살균세척을 위해 공양간 스님께 전해 드리니 이로써 발우공양 체험을 마쳤다.

 

(재 세척 없이 그대로 쓰는 건 아니라고)

 

 

 

 

 

 절차가 복잡하긴 하지만 허례허식이 아닌 경건한 마음이 드는 발우공양.

참 절다운 공양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양을 마치고 어제 만들었던 연등을 달러 대웅전으로.

보물로 지정된 보물이기 때문에 연등으로 뒤덮지 않는 선암사지만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손수 만든 연등만은 아쉬워서

불상 뒤편에 달아주신다고 한다.

 

'지혜와 끈기를 주세요'라고 손으로 꼭꼭 눌러쓴 종이를 엮어 맨 나의 연등도 달아주었다.

정명 스님 감사합니다.

:)

 

 

 

 

 

 

 

 

 

 

비가 약해지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조계산.

 

 

 

마지막 체험일정인 다도체험을 위해 다시 심검당으로

 

 

 

 

 

 

 

 

삼삼오오 나눠앉아 다도를 함께 즐기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또 마지막 공양시간.

 

 

 

 

스님석과 신자석이 존재하는 공양간 풍경.

오늘 점심은 묵은지 조림과 나물, 감자조림, 김치, 미역국이다.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것이 없다. 마지막 공양이라 생각하니 아쉬워서인지 더 꿀맛같이 느껴졌다.

 

 

 

 

이제 정말 짐을 꾸려 절을 나와야 할 시간.

천천히 짐을 꾸려 나와 스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첫날부터 망설였던 내 인생의 모토 노트를 부탁드렸다.

실은 단순이직에 대한 고민때문이 아니었다고 왜 그만 뒀냐고 몰아붙이셔서 좀 섭섭하고 속상했다며 투정부리듯 말씀을 드렸는데

말을 하면 역시나 감정이 터지나보다.  눈물이 핑 돌았다.

 

맨날 이름대신 '순천아! 순천아!'하며 편하게 부르고 대해 주시던 스님도 그랬였냐며

앞으로 하는 일은 다 잘될거라 해주시면서 꼭 안아주셨다.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2박 3일이 지났다니.

 

 

돌이켜 보면 선암사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무언가를 하고 밥을 먹는 시간으로 하루가 나뉘어 있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의식할 필요도 없이 모두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였을까?

지상에 놓인 숟가락 하나라는 책 제목이 떠오르듯.

 

내가 먹고사는 일.

그것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을까?

 

그저 핑 도는 눈물과 '내 일상에 집중해 내가 먼저야' 라는 생각이 내려오는 길 함께 들었다.

 

 

너무 단순한 건데 왜 그렇게 쉽게 생각하지 못하고 늘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부끄러웠을까.

 

 

 

 

나를 위한 행복여행이라는 선암사의 슬로건이 너무나도 명쾌하게 이해됐다.

 

이 여행은 남을 위한 여행일 수 없으니 말이다.

 

 

의식하는 삶보다 나를 위한 내 삶을 살자 다짐하며 산에서 내려왔다. 발걸음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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